어느 여름날 극장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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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극장의 기억

조선닷컴 0 149 0 0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지겨운 여름 언제 가나 했는데, 비가 몇 번 오더니 날이 금방 쌀쌀해졌다. 여름이란 계절은 참 이상해서 함께 있을 땐 지겹고 곁에 없을 땐 그립다. 분명 걸음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다녔을 텐데, 뜨거운 볕 아래 빨갛게 까맣게 탄 팔을 보면서 분개했을 텐데, 벌써 아름답게 미화돼서 그저 뜨겁고 청량한 시간이었던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여름이 오면 또 깨닫게 될 거다. 여름이 얼마나 지독하게 덥고 찐득하고 지치는 계절인지. 하지만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내내 지난여름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겠지.

그렇게 곱씹을 기억 중 하나는 7월의 여름날 아침, 극장을 찾은 일이다. 그즈음의 나는 빠듯한 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 영상 편집 일 때문에 매일같이 밤을 새웠다. 작업실 소파에 웅크려서 쪽잠을 자고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뻑뻑한 눈을 비비며 편집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잘 가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따뜻한 물에 개운하게 샤워를 하거나 침대에 등을 붙이고 자는, 아주 당연한 일상도 꿈꾸지 못하게 되었다. 그날도 밤을 꼬박 새워서 작업을 마쳤는데,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 카페인과 비타민을 내리 쏟아부은 탓에 각성 상태에 이른 것일까. 집에 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누굴 만나긴 너무 이른 시간. 문득, 여름의 기운이 가득한 영화를 한 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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