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대한 다른 질문, 그 여정의 시작점

인터넷 뉴스


지금 한국의 소식을 바로 확인해보세요.

차별에 대한 다른 질문, 그 여정의 시작점

sk연예기자 0 301 0 0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면서 기자들로부터 당사자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다. '낙태죄'로 인해 차별과 고통을 겪었던 이들의 사연이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지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여론의 힘으로 우리의 요구를 더 크게 전달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점차 이러한 당사자 인터뷰 연결 요청에 응하지 않게 되었다. 당사자가 직접 글을 쓰거나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중히 거절했다. 많은 경우 당사자의 이야기는 기사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언론사가 미리 정해둔 방향에 맞춰 조각나고 피해와 슬픔, 충격의 서사로만 짧게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낙태죄'의 영향을 받은 경험은 동일하지 않았다. 가족계획 정책의 시대를 살았는지 저출생 정책의 시대를 살았는지, 결혼을 했는지, 청소년인지, 장애나 질병이 있었는지, 상대방이나 자신의 국적이 어떠했는지, 경제적 상황이 어떠했는지 등에 따라 '낙태죄'는 누군가에게는 존재조차 모르는 것일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차별과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낙태죄' 폐지 운동이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고통 받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경험들이 만났기 때문이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빌려야했던 청소년, 폭력을 겪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상대 남성의 '낙태죄' 고발 협박에 시달려야 했던 기혼 여성,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몸을 회복할 새도 없이 곧바로 직장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 했다는 여성 노동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임신중지를 요구받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만나니 완전히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임신중지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간과되어 온 장애인의 재생산권에 대해, 임신중지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입증해야 했던 수많은 '사연'들과 구분짓기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 내면화되어 있던 낙인의 정체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아야 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라는 슬로건은 단순히 모두가 당사자임을 말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구체적인 맥락을 연결해 볼 것을 요청했고, 그리고 나서야 각자의 사연으로 남아있던 이야기들은 비로소 이 사회의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고 해석하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IE003186997_STD.jpg?20230807155536
전체 내용보기

0 Comments

인기 동영상



포토 제목

포인트 랭킹


커뮤니티 최근글


새댓글


추천글 순위


섹스킹 파트너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