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기다려 사온 햄버거를 보고 아빠가 한 말

인터넷 뉴스


지금 한국의 소식을 바로 확인해보세요.

8시간 기다려 사온 햄버거를 보고 아빠가 한 말

뉴스 0 436 0 0
나는 '휴가전쟁'에 있어 항상 약자였다. 휴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단어. 그러나 그 속엔 무엇보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겐 1년에 한 번 얻는 명절휴가는 귀성길 기차표를 사기 위한 전쟁이었다. 아버지 시대의 군대 휴가란 끈기의 다른 말이었다. 하루라도 포상휴가를 받아보고자 무엇이라도 일단 하고야 하는. 그럼 나는? 성수기 인파에 못 이겨 감히 나갈 엄두를 못 내는 암흑의 시기가 바로 내 휴가다.

더위나 추위에도 약하고, 엉덩이도 무겁지 못한 나는 이 대결에서 언제나 불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판세가 바뀌고 있다. 어쩐지 내가 이 전쟁의 강자가 되고 있는 기분이다.

올 여름 휴가는 맛집에서
1829530356_PHLoVpc8_81b0f9b721cd231ade9d36db49bd773bb58082a7.JPG
 
웨이팅의 '웨'자도 피했던 내가 모든 맛집을 섭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태블릿 예약 서비스가 크게 퍼졌다. 어떤 식당을 가도 문 앞에 예약 태블릿이 있다. 이곳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알아서 순번이 되었을 때 알람을 보내준다.

기다림은 이제 정적이 아니라 동적이다. 나는 '최적의 웨이팅 방문 코스'를 짠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지도 어플을 켠다. 주변 상점이나 명소를 들르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 시간도 때운다. 심지어 숙소를 잡아 눈을 붙이고 나오기도 한다.

가게들도 대기자를 위해 주변에 포토부스나 테마거리를 조성하는 등 즐길거리를 만든다. 이것이 요즘 '기다림'의 형태다. 웨이팅의 결과가 매번 만족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동네 한적한 음식점이 더 맛있을 때도 많다. 그러나 아무나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핫플레이스를 다녀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긴다. 이 대기줄에는 왜 중장년들은 보이지 않을까?

며칠 전 부모님과 휴가로 속초 리조트를 간 적이 있다. 체크인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간 탓인지, 대기자가 바글바글하다. 시장통에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예약 태블릿을 찾는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다.

"우리 (체크인) 대기번호 30번이래. 1시간 정도 걸릴 것같아."

아빠가 묻는다.
전체 내용보기

0 Comments

인기 동영상



포토 제목

포인트 랭킹


커뮤니티 최근글


새댓글


추천글 순위


섹스킹 파트너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