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살아서 이 영화를 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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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살아서 이 영화를 봤다면

sk연예기자 0 110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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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살아있는 무엇을 잡는 일입니다. 총과 활로써 또는 올가미와 길들인 동물로 인간은 사냥을 합니다. 사냥감의 목덜미를 잡아채어 숨통을 끊고, 꼼짝 못하게 붙들어서 야성을 제압합니다.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은 사냥감의 전부를 얻습니다. 사냥이란 그런 것입니다.

'사냥'을 제목으로 내건 영화가 있습니다.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으로 지난해 여름을 강타한 <헌트>입니다. 배경은 제5공화국이 들어선 1980년대 초입니다. 신군부가 군화발로 광주를 짓밟은지 고작 3년여가 지났을 즈음입니다. 경제는 북한을 앞질러 팽창하는데 정국은 소란하여 안정되지 못했습니다. 국가안전기획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선 비명소리가 그칠 줄 모릅니다.

안기부엔 두 명의 차장이 있습니다. 해외팀을 이끄는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팀 수장 김정도(정우성 분)입니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각각 연기한 두 차장의 대결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안기부에 새로 부임한 안부장(김종수 분)은 둘을 따로 만나 은밀히 지시합니다. 지시는 다름 아닌 서로를 조사하란 겁니다. 안기부 내엔 북한이 심어놓은 고정간첩 '동림'이 있다는 풍문이 나돕니다. 이를 입증하는 정황까지 속속 드러납니다. 평호와 정도는 서로가 간첩일 수 있다고 의심합니다. 의심이 아니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간첩으로 몰릴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잡지 못하면 잡혀 먹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둘은 전력으로 서로의 뒤를 쫓습니다.

영화는 지루함을 모르고 질주합니다. 조직 안에 간첩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평호와 정도의 팀이 서로를 조사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 의뭉스런 구석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급기야 둘 중 하나가 간첩이란 사실까지 확인됩니다. 아예 북한이 심은 고정간첩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와중에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또 다른 조직이 부상합니다. 마침내 암살계획이 시행되고 암살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일대 결전을 벌입니다. 때가 되면 재깍재깍 불판을 갈아주는 고깃집이 이러할까요. 영화는 지루해질 즈음 판을 갈아엎고 다시 엎기를 반복합니다. 관객을 앞지르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세세한 단점을 잊게 합니다.
 
전두환 실제 세례명 '베드로', 이토록 적극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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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는 말 그대로 사냥을 뜻합니다. 처음엔 평호와 정도가 서로를 사냥하려 하고 나중에는 더 큰 사냥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종착역은 이른바 '베드로 사냥'입니다. 영화가 특별해지는 건 바로 이 지점부터입니다. 베드로는 전두환의 실제 세례명입니다. 영화엔 전두환의 이름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지만, 사냥감이 전두환이란 사실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습니다.

첫 장면은 너무나 의미심장하여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실제 인물과 관련 없는 픽션이란 안내로 시작하고서는 곧장 민머리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는 것으로 포문을 엽니다. 'Based on true story 실화에 기초했음' 정도로 출발하는 게 보통인 할리우드나 유럽권 영화에 비해 다분히 조심스런 자세가 민망하지만, 이내 드러나는 목표물은 헛웃음을 터뜨리게 할 만큼 분명합니다.

영화의 목표는 처음부터 확실합니다. 한국사회가 씻지 못한 현대사의 과오를 영화로나마 씻겠다는 계획입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암살자의 목표물이 된 대통령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사냥감으로 존재합니다.

한국사회는 전두환을 심판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법은 그에게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의 책임을 물어 한때나마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그를 사면했습니다. 민주화의 열망을 꺾고 무고한 생명을 짓밟은 죄를 전두환은 고작 5년의 징역으로 치렀습니다. 그뿐입니까. 정부는 그에게 1000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도 징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일생을 호화롭게 살면서도 '전 재산이 29만 원에 불과하다'는 망언을 농담 삼아 던지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광주에서 벌인 만행을 끝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면에서 한국사회는 전두환을 심판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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