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칼럼] 미래를 제시하라, 지지는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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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칼럼] 미래를 제시하라, 지지는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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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칼럼

“아하, 그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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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팀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미래를 제시하라, 지지는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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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정(假定)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가짜 뉴스’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에겐 거짓을 만들어낼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진짜 뉴스 앞에서 발뺌하는 뻔뻔함과 그럴듯한 가짜 뉴스를 제작할 능력을 겸비한 자라면, 누구라도 당해내기 어렵다.

지난 대선 막바지에 불쑥 나온 ‘윤석열 몸통’ 뉴스만 봐도 그렇다. 거짓 인터뷰를 악마의 편집을 거쳐 마이너 매체를 통해 유포하고, 그걸 다시 정당이 선거운동 재료로 활용하게 한다는, 이 기막힌 시나리오는 아무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상자 밖 사고의 창의력과 위험을 우습게 여기는 담대함, 거기에 기술적 디테일이 보태져야 가능하다. 아무튼 대선 열기로 한창 뜨거운 지난해, 대장동 의혹의 한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윤석열이 몸통이래’라고 신원 불상 스피커가 속삭이는 소리에 국민은 잠시나마 ‘오잉?’ 했다. 아, 기막힌 반전, 그리고 상상력. 만약에 그게 먹힌다면 미사일의 위력으로 지축을 뒤흔들어 우리편을 살리고 반대파를 초토화해 선거판을 뒤집을 것이다. 이런 상상력, ‘노벨 정치학상’감 아닌가.

그들의 상상력은 그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청담동 심야 술집에서 노래하는 상상을 했고, 없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록을 제조해 유포하기도 했다. 얼마 전 법무부 장관 집 앞에 흉기와 토치를 놓은 사람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하자 ‘자작극’이라고 되치기하는 순발력도 발휘했다. 그렇다고 그런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그들은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의 말대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임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자, 유발 하라리의 이론에 따르면 침팬지에게는 없는 인간들만의 상징조작 능력의 소유자들일 뿐이다. 천안함 유족 윤청자 여사의 표현을 빌리면 “좌파는 똘똘 뭉쳐서 억지를 사실인 것처럼 탁월하게 만들어 내는 데 도사들”이다. 한마디로 능력자들이라는 뜻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 결과 침팬지는 동물원에 갇혀 있고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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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가야고분군, 달라진 문패 앞에는 축하객이 즐비하고


2023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뉴스가 날아왔다.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희소식이다. 그때 두 귀를 쫑긋하게 세운 까닭은 경남 합천의 옥전고분군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정 이전이나 지정 이후에나 여전히 같은 고분군이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명함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바뀐 문패의 대문 앞에 서면 누구나 태도까지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역사회의 단체는 옥전고분군 가는 길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경쟁하듯 내걸었다.

가야문화권인 합천군에 주민등록을 올린 지도 몇 십 년이 되었다. 자칭 답사 마니아임에도 불구하고 등잔 밑은 어두운 법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찾긴 했는데 그동안 가지 못했던 핑계를 둘러대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지역에서 대중교통편이 흔한 대구 혹은 진주 또는 거창으로 가는 번잡하고 익숙한 도로변이 아니라 일부러 따로 와야만 하는 한적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긴 고분을 조성할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관문으로 두 강의 뱃길을 이용한 교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이제 물길은 길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로가 대세가 되면서 저절로 변방이 된 것이다.

이른 가을날의 아침이슬을 밟으며 고분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큰 능(陵)만 해도 족히 서른 개는 넘겠다. 가야 시대의 지배층 봉분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사대부 묘도 있고 서민들의 나지막한 무덤까지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또 주민들이 들어와서 농사를 짓는 밭과 작은 과수원도 보인다. 과거가 겹겹이 쌓인 곳이지만 동시에 현재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1985년부터 십여 년 이상 발굴한 유물은 공원 입구에 새로 지은 합천박물관에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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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싸고 질 좋은?... ‘미션 임파서블’이 부실공사 원인이다

2010년 완공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했다. 우리 건설회사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국내에서는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재벌급 일류회사의 사업장에서조차 원시적인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처벌 강화, 국토부·LH(토지주택공사) 퇴직 후 유관 기관 취업제한 강화, 감리감독청의 설치 같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대책이나 만지작거리고 있다.

근본 문제는 저가 발주, 저가 수주에 있다. LH는 “싸고 질 좋은” 서민주택을 지어서 공급하는 ‘미션 임파서블’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낙찰 금액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서 삼성, 현대, GS 등 일류 건설사는 원칙적으로 LH의 일감은 맡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하려면 과거의 수주 실적이 중요하게 되어 있는 입찰제도도 저가 수주를 부추긴다. 선진국처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인력의 트랙 레코드와 역량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져야 하고 수익성지표도 자격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LH는 원래 설계, 시공, 감리를 다 직접 했지만 지금은 압도적으로 큰 발주자로 변했다. 설계, 시공, 감리를 다 외주 주고 있는데 민간기업보다 더 능률적이라는 증거가 없다. LH는 아파트 건축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일감을 나누어주는 발주자인 동시에 막대한 신규 택지를 공급하는 절대적 강자가 되었다. 건축건설에서 절대권력이 된 LH가 부패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전관 채용이 만연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LH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정도의 강한 존립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LH도 민영화해야 한다. 농지, 임야의 전용을 쉽게 해서 민간 건설회사들이 더 쉽게 토지를 확보할 수 있게 하면 LH(구 토지공사 부분)에만 특권을 주는 방식보다 나을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LH는 토지공급 규제에 기생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조직이 있는가? 민자 유치로 고속도로, 교량, 터널을 다 지을 수 있는 시대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로공사가 없어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206] 며느리도 가을볕 쬐이데

얇은 웃옷으로는 으스스한 아침저녁. 밤손님처럼 숨어든 가을이 어느덧 주인 행세로구나. 일터 화장실 수도꼭지 방향이 슬그머니 6시를 넘었다. 찬물은 이제 달갑지 않은 탓이렷다. 엊그제 일할 때 손이 시리기도 했지. 서느런 기운 녹여 보려 나선 거리, 햇살이 눈부시되 따갑지 않…. 가만, 이거 말이 되나?

‘해가 내쏘는 광선’ ‘(부챗살처럼 퍼져서 내쏘는) 햇빛’…. 주요 사전 뒤져 보니 ‘햇살’ 뜻풀이를 이렇듯 죄다 ‘햇빛’이라 했다. ‘햇빛’이야 당연히 ‘해의 빛’ ‘해가 내쏘는 광선’. 결국 ‘햇살’은 밝기(’눈부시다’)로 표현해야지 열기(‘따갑다’)로 표현하면 안 어울린다는 얘기인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아니라 한다. ‘햇살=해에서 나오는 빛의 줄기. 또는 그 기운.’ 말인즉 ‘햇빛(해에서 나오는 빛의 줄기)’도 되고 ‘햇볕(해의 기운)’도 된다는 뜻이다. ‘햇살이 눈부시되 따갑지 않다’고 쓸 수 있다니 헷갈린다. ‘햇빛/햇볕’ 구별이 흐릿해진 현실을 담았을까.

이런 단어와 달리 어미(語尾)는 서로 비슷해도 쓰임새 경계가 분명하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에 갔대/갔데.’ 미국 대통령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뜻이라면 ‘다고 해’를 줄인 ‘대’가 맞는다. 그게 아니고, 그런 일이 있었음을 남에게 일러주거나 확인차 묻는 뜻이라면 ‘데’를 쓴다. ‘갔대’는 ‘갔다더라(←갔다고 하더라)’로, ‘갔데’는 ‘갔더라’로 달리 쓸 수 있다.

‘영국에서 그러대요, 이런 게 진짜 록음악이라고.’ 맞는 표기일까. ‘록음악이라 말한다더라’는 뜻이면 ‘그런대요’로 써야 한다. 자기가 겪은 바를 알리듯 ‘록음악이라 말하더라’는 뜻은 앞에서 봤듯 ‘그러데요’가 옳다. 이래저래 ‘그러대요’는 있을 수 없는 표기다.

[에스프레소] 백남준은 우리만의 백남준이 아니다

요즘 말로 금수저였던 백남준이 유년기를 보낸 서울 창신동 집은 일대에서 큰대문집으로 통했다. 터가 3000평이 넘었다고 한다. 그곳에 조성된 백남준기념관이 문을 닫는다는 보도에 대한 서울시립미술관의 해명을 읽으면서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었다. “생가가 아니라 유년기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일부 집터에 건립된 한옥을 개조한 것으로 건물의 역사적 의미가 크지 않다. 협소하고 유작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거듭 읽어봤지만 운영 종료를 정당화하기 위해 기념관의 의의를 축소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백남준은 다섯 살부터 열여덟에 한국을 떠날 때까지 창신동에 살았다. 훗날 그는 도포 차림에 지구본을 지게에 지고 옛 집터를 찾아가는 자기 모습을 영상에 담아 작품에 사용했다. 기념관에선 “나의 정신적 모체가 된 우리 것에 대한 적극적 조명을 하고 싶다”며 ‘창신동 고가’를 한 예로 든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2017년 개관 때 서울시가 “백남준은 이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창작의 근원이 되는 영감을 키웠다”면서 “역사·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이라고 했던 이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있었던 의미가 지금은 없다고 한다.

백남준은 우리가 생각하듯 우리만의 백남준이 아니다. 그가 유학한 곳이자 아내의 모국인 일본, 전위 운동 플럭서스를 이끌었던 독일,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로서 정착하고 생을 마감한 미국이 저마다 자신들의 백남준을 주장한다. 백남준과 ‘다다익선’을 합작한 건축가 김원은 그를 두고 저서에서 “자기 말마따나 한국이 생산해낸 가장 비싼 수출품임에도 아직 원산지 증명이 안 되어 있다”고 표현했다. 구글에 그의 영문 이름을 검색하면 미국 예술가라는 설명이 제일 앞에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예술가의 원점(原點)과도 같은 자리에 애써 마련한 이정표를 “관람객 방문이 저조하다”며 굳이 없애려 하고 있다.

백남준만이 아니다. 며칠 전 버스를 타고 남산 소월길을 지나며 힐튼호텔의 앞날을 생각했다. 우리 디자인과 기술로 세계적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1980년대에 보여준 걸작. 재개발로 호텔이 문을 닫고 건물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설계자 김종성이 해법을 제안했다. 많은 사람에게 각인된 아트리움과 파사드(전면부) 부분을 고급 아파트와 사무용 건물로 고쳐 보존하는 대신 부지 다른 자리에 더 높은 건물을 짓게 해주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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