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입니까?
파리의 마지막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침대에서 나와 방 안을 서성이길 몇 시간째.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새벽 빛을 등지고 개선문의 웅장한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투둑투둑, 밤새 내린 비가 그칠 줄 모르고 창문을 두드립니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까지 남은 세 시간, 호텔에서 몽파르나스까지 천천히 걸어가면 30분 남짓이니 시간은 넉넉하네요. 우산을 챙겨 들고 거리로 나섰어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지하철역으로 사라지는 중년의 남자, 물 묻은 낙엽을 무겁게 쓸어내는 청소부. 관광객으로 붐비는 한낮의 파리와는 다른 풍경 속을 걷고 있자니 마치 이 골목 어딘가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처럼 모든 것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저기 두꺼운 철문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