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른 겨울 논밭처럼 훈연향 그윽한 낙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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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른 겨울 논밭처럼 훈연향 그윽한 낙지말이

조선닷컴 0 160 0 0

한여름 시골에서는 할 일이 없었다. 국민학교 시절 방학마다 가던 충북 음성군 생극의 시골집에서 동생과 나는 산과 들로 뛰어놀 뿐이었다. 하지만 햇빛이 뜨거워지면 지친 강아지처럼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없이 마루에 베개를 깔고 누웠다. 대낮에는 텔레비전도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라디오 드라마를 자주 들었다. 어느 날 흘러나온 드라마는 김유정의 ‘동백꽃’이었다. 닭에게 고추장을 먹였다는 대목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낙지를 먹여야지. 고추장을 먹이면 안 되지.” 옆에 있던 할아버지도 거들었다. “고추장 잘못 먹이면 닭이 죽어.” 그 말을 할머니가 이어받았다. “아픈 사람한테 소고기보다 낙지가 더 좋아.” 할머니 말에 갑자기 낙지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충북은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도야”라고 말하며 “낙지는 비싸서 안 된다”고 딱 잘랐다. 나에게는 고추장 먹일 닭도, 낙지도 없었다.

서울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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