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내가 비겁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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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내가 비겁해지는 이유

조선닷컴 0 185 0 0

나는 제약 회사에서 일한다. 질병을 치유하고 고통을 경감하는 약을 만들려는 노력은 귀하다. 나는 이보다 갈급하고 이타적인 직업을 좀처럼 특정할 수 없다. 나는 이 직업을 아끼지만, 너무 어려워 자주 내 무능에 절망하곤 한다. 제약 회사에서 제약이란 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업무이지만 가장 까다롭고 버거워 잘하기 힘든 극치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비겁해진다. 약에 천착하는 대신 회의 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을 들이고, 연말 상여금 걱정에 업무 역량과 업적을 부풀리는 데 신중을 기한다. 그것은 약을 만드는 일보다 수월히 나를 돋보이게 해준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거나 퇴근 후 여가를 즐길 힘을 아끼고 내일을 위한 숨을 고를 수 있다. 그런 활동 역시 약을 개발하는 긴 과정의 일부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은 대체로 난도가 높고 내 능력을 벗어나 있는 듯하여, 잠시 미룬 채 다른 샛길과 지름길을 찾아보는 약삭빠른 이기심이 이 세상을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면서도 알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운 원동력인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것은 핵심적인 일을 외면하는 동안의 부산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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